《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의 저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또 다른 대표작인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습니다. 생을 탐구하는 우화의 대가로 불리우는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인 연금술사를 읽은 후 두번째 작품입니다. 어떤 이웃분이 추천을 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요. 잔잔한 감동과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슬로베니아라고 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베로니카'라고 하는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베로니카'라는 이름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의 여자친구 이름이기도 합니다. ( 초반 잠깐 언급이 나옵니다. )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고르 박사'라고 하네요.

여튼 '베로니카'는 슬로베니아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파장을 일으키기위해 자살을 결심합니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쓰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 하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신병원인 빌레트에 입원하게 됩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소설은 그곳, 빌레트에 입원한 베로니카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빌레트에 입원한 베로니카는 수면제에 의한 심장손상으로 일주일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됩니다. 자살을 기도한 베로니카에겐 성공적이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그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됩니다.




 참 재미있는 점은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 다량복용으로 실려온 베로니카가 빌레트라고 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진짜 자신의 삶, 사랑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결국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얻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삶에 대한 의미를 잃고, 루틴한 하루하루에 실증을 느껴 자살을 하게 되지만, 빌레트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미친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에뒤아르라는 정신분열 환자를 만나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지요.


베로니카가 자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는 교훈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목 할 만한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인 빌레트입니다. 빌레트는 미친사람들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입니다. 빌레트는 하나의 시스템을 의미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빌레트의 주주들은 환자들의 치료와 사회적인 기여등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 병원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또, 빌레트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형제클럽' 이라고 하는 무리들은 완치되고 사회로 나갈 수 있음에도 편안한 빌레트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정신병원 출신' 이지만 이곳에선 모두 미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빌레트의 보안은 허술합니다. 잘만 찾아보면 벽에 금이가있고, 언제든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형제클럽' 멤버들은 하루에 한번씩 외출이 허용되기도 했구요.

언제든지 나갈 수 있지만 스스로가 원해서 나가지 않는 정신병원. 그곳이 빌레트입니다.






미친 사람들을 수용하는 빌레트, 미친것과 미치지 않은 것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정상과 비정상. 우리 스스로는 쉽게 그것을 분류하고 있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를 내리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남자의 머리는 짧아야 하고, 여자의 머리는 길어야 합니다. 남자가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르면 비정상적으로 봅니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부모님이 주신 신체의 일부를 아끼는 의미로 머리를 자르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자면 정상의 조건, 정상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미쳤다는 게 뭔지 알고 있냐고 했어요"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中 92 페이지 -





정상이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것에서 '나는 정상이다'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평범하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것과 다르면 미친 사람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다들 정상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공장에서 찍어 나온것이 아닌한 사람은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것을 '미친', '광기'로 부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의 다름을 숨기고, 평범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들은 바로 '나 다움'을 버리고 '나 다움'과 거리가 먼 아바타를 만들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나 다움'과 '아바타'의 모습 사이에 괴리가 커져가면 그 때 진정한 의미로 사람들이 미쳐가는 것이지요.







책을 읽으며 "이 책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빌레트가 의미하는 것도 있고, 미친것과 정상적인 것이 의미하는 것도 있습니다. 또 마리아, 에뒤아르, 제드카, 이고르 박스 등이 의미하는 바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 대해 진정한 고민이 없고, 소설을 읽을 때 단순히 스토리의 진행에 집중해 읽으시는 분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해보신 분들, 혹은 하고 있는 분들께는 정말 강추 할 만한 작품입니다.

나중에 두 번, 세 번 읽으면 의미하는 바를 두 번, 세 번 발견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있다. 그리고 도서관 책장에서 우연히 본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있다. 애니와 영화를 미리 보진 않았지만 익히 듣던 제목이어서 망설임 없이 잡아들었다.

 이 책에는 총 3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책 제목을 나타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람의 미묘한 심리상태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사람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다원 우주이론에 관한 내용인데, 초등학교 시절 천문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영화 <역전에 산다> 정도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가즈코. 어느 날 가즈코는 친한 친구인 고로, 가즈오와 함께 방과후에 과학실 청소를 한다. 두 친구가 잠깐 볼일을 보러 간 사이 쓰레기를 버리고 온 가즈코는 실험실에서 수상한 관경을 보게 된다. 누군가 시험관에 어떤 액체를 제조하다가 황급히 숨은 것이다. 가즈코는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고, 실험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사라진 수상한 사람이 깨트린 시험관에 담겨있던 액체에서 나는 라벤더 향을 맡게 되고, 가즈코의 의식이 가물가물해 진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학교에 늦은 가츠코와 고로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졸음운전을 하는 트럭에 치이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치일 뻔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가츠코는 바로 전날로 타임리프를 한다. 초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를 가장 친한 친구인 고로와 가즈오에게 말하고, 나중에 가서 과학 선생님인 후쿠시마 선생님께 상담을 하고, 그녀의 타임리프와 텔레포테이션 능력을 이용해서 실험실에서 이상한 라벤더 향을 맡았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반전이 일어나게 되고, 이 곳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 된다. 힌트를 주자면, 약간은 진부 할 수도 있지만 미래세계에서 온 누군가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 누군가는 직접 책을 읽어 보기를...




- 트라우마

 처음엔 이 책에 나오는 소설들이 전부 관련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람 심리의 미묘함에 대한 내용이다. '트라우마'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살면서 어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경우 나중에 그와 비슷한 상황, 환경에 처했을 때, 불안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트라우마로 인해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사코다. 마사코는 반야 가면이라는 것을 무서워하고, 높은 곳, 난간이 없는 다리 등을 무서워 한다. 그런 트라우마를 친한 친구인 분이치와 함께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마사코와 분이치는 마사코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일부러 불러 일으키고, 그 상황을 재연해서 돌파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결국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 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그 사건에 대한 내용들을 알게 되어 트라우마가 해결되는 짧은 스토리이다.


 


- 다원 우주

마지막 이야기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우주의 신비에 대해서 살짝 다루고 있다. 다원 우주 이론이란 우주는 직물이 씨실과 날실로 이뤄져 있듯이 우주는 시간이라는 씨실과 동시에 존재하는 날실로 이루어진 무한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좀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무한히 존재하는 우주속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 그 '또 다른 나'는 현재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 현실에서 평범한 대학원생이지만, 다른 우주에서는 잘나가는 기업의 젊은 사장이거나, 마피아 두목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 많은 경우의 수가 구현된 우주를 다원우주라고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부코라는 여자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또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자신, 그 자신의 이름은 '노부' 라고 하며 과학자이다, 그 자신이 실험을 하다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다른 판타지 소설처럼 허무맹랑하거나 현실 세계와의 이질성을 띄지 않는다. 얼핏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세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다를바가 없으며, 타임리프나 다원우주이론도 그럴싸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분들이나 어린이들이 읽으면 상상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두껍지 않은 책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소설을 담고 있다보니 각 이야기들의 깊이가 깊지 않다. 재미를 느끼고 집중을 좀 하려고 보면 서둘러 정리되는 전개방식이다.

 아직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진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진 못 했지만, 리뷰를 검색해보면 소설과 많이 다른 모양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 소설을 읽게 되는 것 같은데, 많이 짧다!!!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세계관과 이야기 주제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서평] 리버보이 - 신비로운 느낌의 소설


오랜만에 소설책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고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게 표지와 제목인데, 리버보이라는 책은 표지에서 신비로운 느낌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책이 두껍지 않아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데에 딱 좋겠다 싶어서 골라들었는데 정말 표지와 내용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 인물


소설은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스, 풀 네임은 제시카라는 소녀로 수영을 잘하고 매우 좋아하는 소녀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끔찍히도 좋아한다. 수영을 하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건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제스의 곁에는 할아버지가 있다. 제스가 수영을 끔찍히도 좋아하는 것 만큼 할아버지는 그림을 끔찍히도 좋아한다. 핵심적인 인물은 이 둘이고, 병세가 악화되어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할아버지와 제스 사이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인생이라는 커다른 흐름을 조명하고 있는 소설이다.

 제스와 그녀의 할아버지 이외에도 제스의 부모님, 알프레도 할아버지, 의사, 경찰 등의 조연들이 출연하지만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 인생은 강과 같다


이 책의 제목인 리버 보이에서 알 수 있듯이 강을 인생에 빗대어 풀어쓰고 있다. 학창시절 교가에 항상 등장하는 산과 강, 그 중에 강은 묵묵히 자신이 갈 길을 흐르는 모습이 많은 영화와 시, 소설 등에서 사람의 인생으로 비유되어 왔다. 작은 샘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지류들이 만나 조금씩 커지고, 굽이쳐 흐르면서 결국엔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준다.

리버보이에서도 강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을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인용해 본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에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리버보이 中 192페이지 ~ 193 페이지 -

강은 흘러간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흐르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서 흘러간다. 절대 그 흐름을 멈추는 법이 없다. ( 댐 같은 토목 공사로 인한 영향은 생각하지 맙시다. ㅜ ) 강의 길이에 따라서 1년이건 10년이건 흐르고 흘러서 결국엔 바다에 닿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흘러가는 도중 햇볕을 만나도, 굽이쳐 흘러도 흐르는게 강인 것처럼 살아가면서 힘든 시련을 만나도 결국엔 극복해내고 잘 살아가는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엔 바다에 닿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어찌됬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중간에 스스로 그만두지 않은한 말이다.




▶ 리버보이


이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미스테리하다. 미스테리 하다기 보단 반달이 떠 있는 밤중의 풍경이라고 하겠다. 그믐의 컴컴한 풍경도 아니고 보름의 밝은 풍경도 아닌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밝은 풍경이 은은한 어떤 느낌을 주는... 그런책이라 하겠다.

리버보이의 가장 미스테리한 부분은 바로 리버보이이다.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완성하고 싶었던 그림의 제목도 리버보이였고, 휴가를 위해서 떠나온 할아버지의 고향 별장의 강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도 리버보이였다. 사람인지 아닌지, 실체인지 아닌지 모호한 존재의 리버보이가 소설속의 분위기를 묘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소설의 초반에는 리버보이가 둘 등장한다. 제스가 강에서 헤엄치며 만난 리버보이, 할아버지의 그림 제목인 리버보이가 그 둘이다. 내용이 전개되고 진행되면서 그 둘사이의 관계,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의 관계가 점점 정리되어 지는 형식이다.

리버보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리버보이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강의 시작부터 바다와 만나는 지점까지 헤엄쳐 간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 제스는 뒤 늦게 리버보이를 따라서 강을 헤엄쳐 그를 좇아 바다까지 헤엄쳐간다. 마침내 바다에 도착한 순간 리버보이의 모습이 보이고,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리버보이는 사라진다.

리버보이는 실존하지 않는 존재였고, 소설이 끝날때까지 제스만 알고 있는 존재였다. 리버보이의 존재를 다른 등장 인물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마지막에 은은한 감동이 남는것 같다.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해리포터와 더불어서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올랐고,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메달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다 읽어봤고 이 책도 읽어 본 결과 만장일치를 받을만 하다.

짧지만 감동이 농축되어 있는(?) 소설, 신비로움을 은은하게 풍겨서 여운을 길게 남기는 소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리버보이였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특히 그러한 종류의 고민을 많이 할지도 모를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창가의 토토 -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놀 권리가 있다


주말마다 분당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의 그린 팩토리라는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 가면서 짬짬이 읽던 책이 있는데요. 바로 <창가의 토토> 라는 책입니다. 사실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권장 도서 목록에서 항상 봐왔던 책이지만 아직까지 읽지 못 했던 책이기도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창가의 토토> 라는 책은 이 책의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씨의 어린시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토토라는 이름은 작가인 테츠코씨의 어린시절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어린 시절은 우리의 인생에서 따뜻한 봄날에 해당합니다. 어린 시절은 따뜻한 봄날의 오후처럼 포근한 느낌으로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지요.

창가의 토토
국내도서>소설
저자 : 구로야나기 테츠코(Kuroyanago Tetsuko) / 김난주역
출판 : 프로메테우스 200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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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를 읽는 내내 아무 걱정 없이 뛰어 놀던 어린 시절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지금에야 어른들의 마음이 제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천진난만함으로 가득차있었지요. 이 책의 주인공인 토토를 통해서 그 당시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 도모에 학원

토토라는 어린아이는 소위 '문제아'로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아이였습니다. 토토는 새로운 학교를 찾다가 도모에 학원이라는 일종의 대안학교를 찾게 됩니다.

도모에 학원은 정문부터 학교의 생김새까지 기존의 학교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정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콘크리트로 만든 구조물이 아니라 낮게 자란 두개의 나무였습니다. 이 정문을 보고 토토는 "야아! 땅에서 자라난 문이네" 라고 말을 했지요.

게다가 도모에 학원에는 전철로 만든 교실이 있었습니다. 멋지고 웅장한 콘크리트 감옥같은 건물 대신 자유분방한 전철로 만든 교실이 있었지요. 학교에 등교를 해서 교실에 있노라면 감옥에 갖힌 느낌이 아니라 전철을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말이지요.


도시락
도시락 by Eun Byeol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도모에 학원의 점심 식사시간은 특별했습니다. 요즘은 급식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부모님들은 돈만 주면 급식 업체가 알아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식단을 짜서 일괄적으로 배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모에 학원에서는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이라는 지침으로 부모님들에게 도시락을 싸서 보내게 합니다.

요즘 같이 쌀이 나무에서 나는 줄 아는 아이들에게 딱 맞는 교육 방식이 아닐까요? 어떤 것이 산에서 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들에서 나는 것, 그리고 어떤 것이 바다에서 나는 것인지 밥을 먹으면서도 교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교육 방식도 특이해서 시간표를 정해놓고 아이들에게 그 시간에 정해진 교과목을 억지로 집어 넣는 방식이 아니라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정해 놓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순서를 정해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공부하도록 유도 하는 방식입니다.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할 수도 있고, 싫어하는 과목을 최대한 늦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도모에 학원의 교육 시스템을 보고 '과연 우리나라 혹은 우리 시대의 교육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라는 다소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날려 보기도 하였습니다.

도모에 학원은 제가 생각하기로 '이상향'에 가까운 교육의 장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창가의 토토> 표지



▶ 훌륭한 교육자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

솔직히 제가 12년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서 드는 '교장 선생님'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학교의 CEO였습니다. 학교를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성과를 잘 낼까..', '어떻게 하면 명문 학교로 만들까' 라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CEO가 '어떻게 하면 회사를 일류 회사로 만들까'를 고민하듯이 말이지요.

그 분들의 입에서는 항상 '~하지마라', '~해라' 라는 말만 흘러나올 뿐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교칙을 정해놓고 그것에 잘 따르는 학생이 훌륭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공장장이 만들어진 제품을 테스트해서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는 제품은 합격이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불량품이라는 것처럼 학생하나하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도모에 학원의 교장 선생님이신 고바야시 소사쿠 선생님은 전혀 달랐습니다.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 처음 들어 오던 날, 다른 교장선생님들과 달리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은 토토의 말을 장장 4시간 동안 토토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전교생이 50명 밖에 안되는 학교이긴 했지만 고바야시 선생님은 전교생 모두를 친구처럼 대해주고 항상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해서 스스로 알아가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칭 교육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고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을 본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평온한 시작, 암울한 마무리

토토가 도모에 학원에 다니는 이야기인 <창가의 토토>의 배경은 아마도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시대인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처음부분은 새 학교인 도모에 학원으로 들어가는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재미있는 한 때를 보내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뒷 부분에서는 전쟁의 그림자가가 토토의 주변사람들에게 드리워지면서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이웃들이 전쟁터로 징집이 되는 장면이 있는데요. 토토에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 모를 시기였지요.

또 친하게 지내고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의 죽음,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자랐던 가장 친한 누군가가 없어져 결국 평생 못 찾은 일 ( 그게 누구인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링은 죄악이죠 ㅋㅋ ) 들을 겪으면서 토토는 이별이라는 것을 겪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지요.

어린시절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점점 하나 둘 씩 세상을 겪으면서 어두워지는 우리의 모습을 책 전체의 내용 흐름으로 담고 있는게 아닐까요?

초등학교 시절 되고 싶은게 뭐냐고,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천진난만하게 되고 싶은 것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꿈과 현실사이의 거리감을 느끼게 됩니다. 의사가 되어 아픈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했던 아이들은 의대가 가기 정말 힘든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렇듯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때 묻지 않았던 우리의 영혼은 서서히 검은색 얼룩으로 오염되어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실은 착한 아이란다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대목중에 하나가 토토에게 했던 말입니다.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 라는 말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이 말한마디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그 상처는 그 아이의 미래를 좌우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토토는 통제 할 수 없는 행동으로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도모에 학원으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하지만 말괄량이인 토토의 행동이 도모에 학원으로 옮겨 왔다고 한 순간에 달라지지는 않겠지요. ( 분명 많이 얌전해지기는 했습니다. ) 그래서 다른 학부모들의 원성을 살 일도 많이 했을 겁니다. 또 토토에게 "이런 말썽꾸러기!", "넌 어떻게 된 애가 그렇냐?"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말들은 토토가 자라면서 '나는 말썽쟁이구나', '나는 어쩔 수 없는 아이인가보다.' 라는 생각들을 무의식 속에 심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말들은 어른들이 무심결에 할 수 있는, 자기 딴엔 훈육한다고 할 수 있는 말들이지요.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은 토토가 그런 말들을 들어도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의식 속에 자리잡지 못 하게 "넌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란다." 라고 말씀해 주셨을 겁니다. 실제로 작가가 자라면서 그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을 했지요.

아이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히 해야합니다. 아이들은 새하얀 도화지같아서 어떤 색이라도 금방 티가나고, 스펀지 같아서 구정물이던 깨끗한 물이던 잘 흡수하기 때문이지요.

요즘 학교를 보면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체벌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체벌에 감정이 실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지요. ( 여담이지만, 그런 상황을 보면서 선생님도 사람이고, 인격적으로 선생님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 그럴때 학생은 정말 상처 받게 됩니다. 그걸 계기로 탈선을 할 수도 있구요.

아무튼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이 말한마디를 보고 느낀점은 "뼛속까지 교육자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4th July 2007 / Day 185
4th July 2007 / Day 185 by Mrs Magic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 교육 개혁을 꿈꾸며

거창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잘 못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학생들의 개성을 중시하지 않고,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듯이 표준에 맞는 인력들을 생산해 내는 것이지요.

머리는 좋지만 창의력이 없는, 똑똑하지만 영혼이 흐린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잘 못 되고 모순 투성이인 교육 시스템에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 순간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정년이 보장된, 은퇴후에 연금이 꼬박꼬박 나오는... 방학 중에는 학교에 안 가도 되는 안정적인 꿈의 직장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굥규에 힘을 쏟아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얼른 호봉을 쌓고 은퇴를 해서 편안히 연금이나 받아 먹고 살겠다는 꿈을 꾸는 교사도 많이 있습니다.
 
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책임 지는 대업이라고 하지요. 교육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과 같은 마음가짐, 철학을 갖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가의 토토 - 10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프로메테우스


학부모이시거나 교육 관련 직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

자살가게 - 장튈레 지음, 성귀수 역


자살가게... 책 제목만 보면 무섭거나 호러스러운 책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자살가게는 우울한,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에게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는 자살 도구들을 파는 곳으로 등장합니다. 목을 매달면 절대 끊어지거나 늘어나지 않는 밧줄이나 각종 독약, 할복 자살을 도와주는 기모노와 단검, 독을 품고 있는 각종 생물들을 판매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가게입니다.



자살가게는 대대로 튀바슈 가문이 이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자살가게의 수익은 다른 사람의 목숨과 바꾸는 도구를 팔아서 나오기 때문에 튀바슈 가문의 성격은 모두 어둡고 침울하고 부정적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알랑 튀바슈라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Day 351/365 - Photographobia
Day 351/365 - Photographobia by Tiagø Ribeiro 저작자 표시

등장인물들을 나열하면

등장 인물


알랑 튀바슈

이 책의 핵심인물입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자살가게를 운영해온 튀바슈 가문에서 유일하게... 혹은 혼자서만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매우 특이(?)한 아이입니다. 그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은 그의 어둡고 부정적인 가족은 물론 자살 가게, 나아가서는 세상을 바꿔 놓게 됩니다.

알랑이라는 이름은 앨런 튜링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는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물고 자살을 했는데, 그 사과가 애플사의 로고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미시마 튀바슈

튀바슈 가족의 가장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자살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그 만큼 부정적이고 굉장히 어두운 면이 강합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의 성격이 변했지만 미시마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이어오던 자살가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 합니다.


뤼크레스 튀바슈

튀바슈 가족의 엄마. 아빠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성격과 부정적인 면을 보이고 있으나 책을 읽다보면 뤼크레스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뱅상 튀바슈

사이코 패스 기질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튀바슈 가족의 장남.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테마 파크라는 무시무시한 생각과 창의적인 자살 도구들을 생각해 내는 것이 특기입니다. 밥을 잘 안 먹어서 해골 밖에 남지 않고 머리에는 붕대를 감고 다니는 음침하고 튀바슈 가문의 피를 제대로 이어 받은 듯 한 아이입니다.

뱅상이라는 이름은 자살한 빈센트 반고흐의 빈센트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마릴린 튀바슈

튀바슈 가문의 딸. 자신이 매우 못 생겼고, 볼품 없다고 여기는 ( 가족의 영향에 의해 ) 여자아이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랑이 선물한 스카프에 의해서 가장 먼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마릴린이라는 이름은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의 이름을 따왔고 그녀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입니다.



등장인물 중 알랑 한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튀바슈 가문의 피를 잘 이어받은 자살가게에 걸 맞게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입니다. 이런 튀바슈 가문에 알랑이라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 가족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가 이 소설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라데이션식 내용 전개 ( 암울 -> 밝음 )

그라데이션을 아시나요?
그라데이션

점층법이라고도 한다. 양복지 디자인을 할 때 동일한 요소 도형의 배열을 연속적으로 비슷하게 하는 방법이다. 즉 단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한 가지 요소를 점층적으로 확대하거나 반대로 축소함으로써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방법이다. 미술에서는, ‘바림’이라고 하여 진한 색채로부터 차차 흐리게 그림을 그리는 법을 뜻하기도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中-


citibank
citibank by nodoca 저작자 표시비영리


한가지 색에서 다른 한가지 색으로 점차 변해가는 형상을 말하는데요.

자살가게의 내용 구성을 나중에 보면 그라데인션이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알랑을 제외하고 모든 튀바슈 가족들이 부정적이고 우울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직 알랑만이 천성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튀바슈 가족들이 보기엔 돌연변이인 아이였죠.

하지만 내용이 진행되고, 소설의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가면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한 명씩 한 명씩.. 점점 알랑에게 영향을 받아 알랑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Rough days
Rough days by baya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알랑의 영향으로 은근히 대사라든지, 행동 패턴 등이 사소한 것 하나부터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런 등장인물들의 성격 변화가 이 책의 큰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

알랑의 누나인 마릴린 튀바슈가 먼저 알랑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스카프를 계기로 마음 속에 한 줄기 빛을 품게되고, 그 다음 형인 뱅상, 엄마인 뤼크레스 마지막으로 아빠인 미시마도 알랑에 의해 어두운 면을 버리고 밝은 면으로 바뀌게 됩니다. 자살가게 역시 처음에는 자살을 도와주는 도구들을 팔지만 소설의 막바지에는 자살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곳이 되어 가게 됩니다.



현재를 반영하는 어두운 미래

자살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을 보면, 중세 유럽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하지만 소설의 중간에 보면 변해가고 있는 자살가게에 대한 미시마의 쓸쓸함을 표현한 절에서 3D 입체 텔레비전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미래임을 나타내는 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자살가게가 그리고 있는 시대는 현재보다 약 100년 후 정도의 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살가게에서 그리고 있는 100년 후의 미래는 역시 어둡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도와주는 가게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는 우울한 세계이죠. 우리의 삶이 편해질 수록 정신적인 질환인 우울증이 사망 원인 1위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미래를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Whitechapel
Whitechapel by an untrained eye 저작자 표시비영리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돈을 버는 자살가게, 자살가게가 의미하는 것은 경쟁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물리치고 이기는 치열한 우리의 일상, 혹은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 웃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우리의 나쁜 본성 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 혹은 우리 내면에 감춰져 있는 어두운 면들일 수도 있구요. )

작가는 그런 자살가게를 알랑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자살방지가게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내면에 있는 어두움을 밝음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자살 가게를 찾는 손님들...

모든 가게는 손님이 있어야 운영이 되죠..
그럼 자살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여기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 까요?

자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우유부단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살이 대부분 그렇듯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하고 온 탓에 구체적인 계획 등이 없는데요. 자살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잘 표현 한 것 같습니다.

Revelation
Revelation by Johan Rd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리고 자살가게의 손님들은 하나 같이 현실에 대한 미련이 있는 듯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 미련을 자살가게의 알랑은 잘 짚어 주었고, 결국엔 자살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사람들 모두 자살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자살가게를 찾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기대고,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런 요구를 알랑이 들어 주었던 것이구요.



기억에 남는 대사...

딱히 명대사라기 보다는 기억에 남는 대사가 몇 개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자살가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어떤 연관을 지을 수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 우리가 제공하는 자살은 철저하게 성공이 보장된 것입니다. 만약 죽지 않는다면 전액 환불이니까요! ...
-미시바 튀바슈 ( 29페이지 )-

환불이라는 경제 행위의 용어가 등장하여 자살이라는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일을 냉정하게 경제적 잣대로 보고 있습니다. 요즘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식어가는 듯 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 자살가게가 사람의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장사를 하는 것 처럼 우리들도 다른 사람의 목숨 ( 작게보면 감정.. ) 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것 봐, 내가 누난 예쁘다고 했잖아! '잊혀진 종교' 단지 사내들한테는 이제 누나밖에 없어. 여기 이 사람들을 보라니까..."
- 알랑 튀바슈 ( 85 페이지 ) -

알랑의 말대로 마을 사람들이 마릴린의 키스를 받기 위해서 ( 사실은 죽음의 키스이지만... )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에서 알랑이 마릴린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실 마릴린의 타액을 독액으로 바꾸는 주사를 알랑이 포도당으로 바꾸어 버려서 효과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알랑의 긍정적인 면 그리고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대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
-자살가게-

뭔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문구이네요.

Dobbiaco - Italy
Dobbiaco - Italy by Gianni D.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이 책을 읽으면서 튀바슈 가족들이 알랑의 영향을 받아서 점점 긍정적이고 밝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 기분도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분이 울적하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되겠습니다.
나중에 반전도 있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반전이라서.. ㅎㅎ

책을 읽으면서 문장의 수식어구가 길어서 읽기 힘든 면도 있었습니다만, 글자 포인트가 읽기 편해서 나중에는 눈에 잘 들어 왔습니다.

옮긴이의 말을 빌어 말씀드리자면,

"왠만하면 자살은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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