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사태, 지상파 송출 중단 이유는?


벌써 1년 이상 계속 들려오는 케이블 방송사의 지상파 송출 중단 사태가 기어코 KBS 2TV의 송출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시청자분들은 2012년 1월 16일 오후 3시부로 KBS 2TV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불편을 겪고 계실텐데요. 왜 자꾸 케이블 TV 업체들이 지상파 송출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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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DMB... by kiyong2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1. 지상파 방송이란?


지상파 방송이란 별도의 가입이나 요금없이 수신 장치만 있으면 누구나 받아 볼 수 있는 방송입니다. 예전에 안테나를 이용해서 전파를 잡아 시청하던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지상파에 해당하는 방송사는 KBS1, KBS2, MBC, SBS, EBS 가 있습니다. ( 종합 편성 채널인 JTBC나 채널A, TV조선, MBN 같은 경우 지상파로 분류되지 않으며 케이블 TV나 위성 TV 같은 유료 채널을 통해 수신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지상파 방송은 자사의 컨텐츠를 공중에 전파를 이용해서 뿌리기 때문에 엄격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를 공중파 방송이라고도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지상파 방송은 원칙상 자사의 방송 컨텐츠를 공중을 통해서 살포하고 수신 기기가 있으면 그 방송 컨텐츠를 별도의 요금없이 수신하여 시청 할 수 있는 방송을 말합니다.



2. 뭐가 문제인가?


지상파 방송의 정보를 공중에 살포할 때 기지국을 전국에 걸쳐서 빽빽하게 짓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음영지역(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곳 )이 생기기 마련이죠. 안테나로 티비를 시청하던 시절, 날씨가 흐리거나 기상조건이 좋지 않을 때 방송이 일그러져서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는 경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각 지역의 케이블 방송사들은 이런 공중파 신호를 잡아서 안정적으로 유선을 통해서 방송 컨텐츠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중파 신호를 직접 잡아서 시청하는 대신 지상파 채널은 물론이고 기타 부가적인 채널을 볼 수 있는 케이블 방송사에 돈을 주고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게 됩니다.




문제는 저작권입니다. 공중파 방송은 공공에게 무료로 살포하고 있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좌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방송사들과 재송신 과금에 대해 협상을 하게 됩니다. 여러번의 협상 결렬과 소송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여러 차례 송출 중단 사태를 겪어왔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가입자 1명당 280원의 컨텐츠 사용료를 주장하고, 케이블 TV 방송사들은 양측이 지난해 말 잠정 합의한 가구당 100원을 최종 양보안으로 내세우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케이블 TV 방송사들이 우선 KBS2 TV의 송출을 중단하였습니다.

KBS의 경우 공영방송으로서 유료화를 요구하는 것은 허용 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재전송을 중단했으며, 추후에 MBC와 SBS의 재전송 역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The Suck
The Suck by Big Fat Ra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3. 결국 불편은 시청자에게로...


지상파가 케이블 방송사에게 요구하고 있는 280원을 지불 하게 된다면 이 부담은 케이블 방송사의 운영비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는 곧 케이블 방송 수신료 인상으로 이어지겠지요.

 물론 케이블 방송사도 과금 지불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습니다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금액이 책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재전송 중단을 선택한 것인데, 결국 돈주고 보고 싶은 방송을 볼 수 없는 시청자에게 불편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우선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은 기본으로 추가적인 케이블 채널을 수신하기 위해서 수신료를 지불했는데, 가장 많이 시청하는 지상파라 나오지 않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도 부당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튼 방송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지상파 방송이란 더더욱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Worshipful Master's Gavel
Worshipful Master's Gavel by mrbill 저작자 표시


서로 한푼이라도 더 벌고, 더 아끼려고 협상을 길게 끌고, 송출 중단 사태를 일으키면 결국 불편은 시청자분들이 가져가게 되므로 방통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조속한 중재로 빠른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물론 시청자에게 부담되는 수신료 인상도 최소화 혹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



나가수는 과연 가요계를 죽이는 것인가?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 일본 연안을 쓸고 갔던 3월, 3월 말 우리나라 방송계, 가요계에서는 단연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논란이 몰아쳤었습니다. 서바이벌 형식을 표방하던 나가수가 김건모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자 온라인에서는 엄청난 논란이 일었고 결국 담당 PD가 경질되고 4월 한달동안 결방되는 조치가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음반업계에서는 나가수에서 공개한 음원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쓸어버리자, 나가수 때문에 가요계가 죽어간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몇 달을 준비한 앨범이 나가수 열풍으로 발매를 못 하고, 발매를 하더라도 주목 받지 못 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다는 뜻입니다. 또 나가수 음원을 배포하면서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와 수익을 분배해 가고 있습니다. 음반업계에서는 '방송사는 수익을 가요계 발전으로 돌리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음원 1위, 아이돌은 괜찮고 김범수가 하면 가요계 죽이기냐?

나가수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김범수씨가 부른 이소라 원곡의 <제발>은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완벽했죠. 사실 김범수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범수신", "범수갑", "본좌" 등으로 불리며 유명했었습니다.

노래의 만렙으로 불리는, 나가수에서 제발을 불러 소름끼치는 무대를 선보였던 그 김범수 씨가 정작 본인의 음반으로 음원 1위를 한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 나가수의 제발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참... 상황이 이러니 할말 다했죠?


그런 김범수씨가 나가수에서 부른 제발이라는 곡으로 일주일간 1위를 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상위권에 머물로 있구요. 또 다른 출연진들이 부른 음원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쓸어 버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항상 아이돌들의 노래가 있었던 자리에 "가수"의 노래가 자리매김 한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수다 중



하지만 일부 음반 제작사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앨범이 묻힐 것 같고, 혹은 묻혀서 괜한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언론사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방송사가 수익을 절반이나 가져가기 때문에 가요계의 발전이 더뎌 질 것이다, 또 방송사에서 특정 가수만 밀어준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가수들이 피해를 본다.. 등등 비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 어이가 없는 말들이지요. 그런 가운데 오랜만에 소위 "개념기사"라고 할 수 있는 멋진 기사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정말 멋진 글이어서 이 챕터의 제목으로 그대로 옮겼습니다. 시간이 나시면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 가요계라 쓰고 아이돌이라 읽는다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를 비판하는 의견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노래들은 거의 신곡을 낸 아이돌의 곡이었습니다. 또 음악 전문 방송이나 음악 프로그램을 보자면 출연진의 절반 이상이 아이돌로 보이는 현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가창력에 대한 논란, 그들이 진짜 가수인가? 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이돌이 그룹화가 되면서 한 사람당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4초만 노래를 부르는 "4초 가수" 도 있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살펴보면 각각 맡은 파트가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멤버는 가창력이 뛰어나 보컬을 담당하고, 어떤 멤버는 랩을 담당하고, 어떤 멤버는 외모가 뛰어나 비주얼을 담당하는 멤버도 있습니다.

소위 기획사라고 하는 회사에서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라 돈이 되는 스타를 발굴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노래 잘 하는 가수가 아니라 끼가 많아서 노래도 하고 예능도 출연할 수 있는, 거기다가 연기도 잘하면 좋은 연예인을 뽑는 것이지요.

끼가 많은 사람을 뽑는건 좋습니다. 하지만 요즘 노래들 들어보면 사람이 부른 노랜지, 기계가 부른 노랜지 모를 노래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물론 흥을 돋구는 댄스 음악의 특성이긴 하지만 오래 듣고 있으면 뭔가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마치 맛을 위해서 조미료를 듬뿍 넣은 음식을 오랫동안 먹으면 몸이 상하듯이, 기계음이 지나치게 들어간 노래를 오래 들으면 음악 듣는 귀가 망가지는것과 같습니다.

만렙 범수님의 멋진 무대




▶ 나는 진짜 가수를 기다렸다

'방송사에서 뿌리는 음원이 차트 상위권을 쓸고 있어서 음원 판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가요계가 힘들어 질 것이다' 라는 주장을 했는데요. 진짜 가수가 부른 진짜 노래, 진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를 해야하나요?

게이트 키핑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매스컴 용어로 뉴스 미디어 조직내에서 기자 혹은 뉴스 편집자 같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뉴스가 취사 선택되는 과정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예를 들면, 흔히 조중동이라 일컫는 신문은 보수 성향을 띄고, 한겨례신문과 경향신문은 진보 성향을 띄게 되는 것이 기자와 편집자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지요.

가요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획사들이 음악적 재능이나 가창력을 소유한 진짜 가수가 아니라 소위 "돈이 되는" 애들을 뽑아서 훈련시키고 돈이 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가수라 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다수가 아이돌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쉽게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김건모씨



티비를 틀면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춤을 추며 비슷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 20대인 저도 티비를 보고 있노라면 '쟤는 누구지..', '신곡은 아닌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프로그램이 "나는 가수다" 였습니다. 아이돌 문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가수의 무대를 보고 소름 돋았던 적이 있습니까?"




▶ 마치며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요즘 기획사는 돈되는 연예인을 발굴하려고하지 실력있는 가수를 발굴 할 생각은 크게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스타는 있지만 가수가 없는" 가요계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가수 때문에 음원 1위를 못 하겠다고요? 판단은 소비자가 합니다. 실력으로 승부하세요.

ps.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7인의 가수들이 우리나라 가요계에 이렇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가수다, 너는 가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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