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리버보이 - 신비로운 느낌의 소설


오랜만에 소설책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고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게 표지와 제목인데, 리버보이라는 책은 표지에서 신비로운 느낌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책이 두껍지 않아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데에 딱 좋겠다 싶어서 골라들었는데 정말 표지와 내용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 인물


소설은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스, 풀 네임은 제시카라는 소녀로 수영을 잘하고 매우 좋아하는 소녀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끔찍히도 좋아한다. 수영을 하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건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제스의 곁에는 할아버지가 있다. 제스가 수영을 끔찍히도 좋아하는 것 만큼 할아버지는 그림을 끔찍히도 좋아한다. 핵심적인 인물은 이 둘이고, 병세가 악화되어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할아버지와 제스 사이의 미묘한 감정, 그리고 인생이라는 커다른 흐름을 조명하고 있는 소설이다.

 제스와 그녀의 할아버지 이외에도 제스의 부모님, 알프레도 할아버지, 의사, 경찰 등의 조연들이 출연하지만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 인생은 강과 같다


이 책의 제목인 리버 보이에서 알 수 있듯이 강을 인생에 빗대어 풀어쓰고 있다. 학창시절 교가에 항상 등장하는 산과 강, 그 중에 강은 묵묵히 자신이 갈 길을 흐르는 모습이 많은 영화와 시, 소설 등에서 사람의 인생으로 비유되어 왔다. 작은 샘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지류들이 만나 조금씩 커지고, 굽이쳐 흐르면서 결국엔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준다.

리버보이에서도 강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을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인용해 본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그녀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말했다.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에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리버보이 中 192페이지 ~ 193 페이지 -

강은 흘러간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흐르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서 흘러간다. 절대 그 흐름을 멈추는 법이 없다. ( 댐 같은 토목 공사로 인한 영향은 생각하지 맙시다. ㅜ ) 강의 길이에 따라서 1년이건 10년이건 흐르고 흘러서 결국엔 바다에 닿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흘러가는 도중 햇볕을 만나도, 굽이쳐 흘러도 흐르는게 강인 것처럼 살아가면서 힘든 시련을 만나도 결국엔 극복해내고 잘 살아가는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엔 바다에 닿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어찌됬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중간에 스스로 그만두지 않은한 말이다.




▶ 리버보이


이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미스테리하다. 미스테리 하다기 보단 반달이 떠 있는 밤중의 풍경이라고 하겠다. 그믐의 컴컴한 풍경도 아니고 보름의 밝은 풍경도 아닌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밝은 풍경이 은은한 어떤 느낌을 주는... 그런책이라 하겠다.

리버보이의 가장 미스테리한 부분은 바로 리버보이이다.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완성하고 싶었던 그림의 제목도 리버보이였고, 휴가를 위해서 떠나온 할아버지의 고향 별장의 강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도 리버보이였다. 사람인지 아닌지, 실체인지 아닌지 모호한 존재의 리버보이가 소설속의 분위기를 묘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소설의 초반에는 리버보이가 둘 등장한다. 제스가 강에서 헤엄치며 만난 리버보이, 할아버지의 그림 제목인 리버보이가 그 둘이다. 내용이 전개되고 진행되면서 그 둘사이의 관계,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의 관계가 점점 정리되어 지는 형식이다.

리버보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리버보이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강의 시작부터 바다와 만나는 지점까지 헤엄쳐 간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된 제스는 뒤 늦게 리버보이를 따라서 강을 헤엄쳐 그를 좇아 바다까지 헤엄쳐간다. 마침내 바다에 도착한 순간 리버보이의 모습이 보이고,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리버보이는 사라진다.

리버보이는 실존하지 않는 존재였고, 소설이 끝날때까지 제스만 알고 있는 존재였다. 리버보이의 존재를 다른 등장 인물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고 마지막에 은은한 감동이 남는것 같다.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해리포터와 더불어서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올랐고,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메달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다 읽어봤고 이 책도 읽어 본 결과 만장일치를 받을만 하다.

짧지만 감동이 농축되어 있는(?) 소설, 신비로움을 은은하게 풍겨서 여운을 길게 남기는 소설... 어렵지 않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리버보이였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특히 그러한 종류의 고민을 많이 할지도 모를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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