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의 철학 : 끊임없는 질문, 사유하기



철학이란 무엇일까요? 백과사전에는 '인생, 세계 등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인생이란 XX이다.', '삶이란 OO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지요? 사람들이 철학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머리부터 아파오게 되는데요. 그 만큼 어렵고 심오한 학문인것 같습니다.

'열네살의 철학'이라는 책은 아마도 제가 읽은 책 중 첫 철학책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평소에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소설 부류의 책만 읽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철학책을 잡게 되었습니다. 아마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미래를 심도 있게 생각하다보니 철학에 관심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합니다.


열네살의철학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청소년철학
지은이 이케다 아키코 (민들레(현병호),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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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철학 냄새가 솔솔 나는게 역시 조금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 발매되었던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경우라서 어순이나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구요. 책의 어떤 부분은 공감이 되고 이해가 잘 되었지만 '이게 당췌 무슨 소린지 나는 알 수가 없네~' 라고 두손 두발 다 들어 버린 부분도 있었습니다.

'열네살의 철학'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원래 사춘기에 접어드는 십대 청소년들을 위한 책입니다. 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말투도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이야기 하듯이 쓰여 있구요. 다른 책들은 독자에게 존댓말을 하거나 간결한 어투로 정보 전달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쓰여있는데, 이 책은 중고등학교 도덕시간 ( 윤리시간이라고 해야 하나요? ) 에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는 말투(?) 정도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열네살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내용은 결코 '열네살만을 위한' 책이 아니었습니다. 삶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특히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족,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우주까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Scientific FUTAB
Scientific FUTAB by Samyra Seri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우리나라 교육, 특히 '열네살의 철학'의 타겟 독자인 중 고등학생들의 상황은 이런 철학을 논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마저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하고, 고등학생들은 인생의 갈림길이라고도 하는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죠. 수학 공식, 영어 단어 하나 외우기도 바쁜시간에 시험에도 안나오는 철학 '따위'를 논할 시간이 없게 느껴질겁니다.

하지만 중, 고등학생일 수록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이런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에 치여 사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이 '열네살의 철학'이라는 책입니다.


내용 구성

위에서도 얼핏 말했듯이 이 책은 생각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Watercolor - Thank you so much
Watercolor - Thank you so much by fofurasfelina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가장 먼저나오는 절이 '사유하기'라는 절인데요. 이 책의 전반에서는 '사유하기'와 '생각하기' 를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로는 'かんがえる( 캉가에루 )'와 'おもう( 오모우)'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캉가에루'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사유하기'입니다.

생각하기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생각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자의건 타의건 머리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떠올리게 되면 생각하다가 됩니다. 어떤 목적이 없어도 그저 머리속에 떠오르면 생각났다, 생각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 책의 전반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유하기는 생각하기보다 좀 더 심오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유하기는 '깊이 생각해서 어떤 물질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 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좀 더 간단히 말하면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입니다. 단순한 '왜?'는 당연한 명제에 도달했을때 멈추지만 사유하기는 당연함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서,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나는 나다.' 라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논리적으로나 직관적으로나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사유하기에서는 이 질문을 '나는 나다, 라고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 라고 또 파고 들어갑니다. 이렇게 사유하기는 당연한 질문에 대해서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므로 사유하기의 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유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 그것이 철학이라고 했습니다. )

어렵죠? 일단 사유하기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시작을 해야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산다는것', '말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사유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사유를 계속 이어가는 형태로 '나'를 사유하고 '나'를 사유하는 도중에 '죽음'을 사유하고... 이런 식으로 이 책이 구성되어 집니다. 즉, 한줄기 흐름으로 책 전체가 이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철학책이고 일본어 번역서인데다가 내용이 한줄기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절대 속독으로 읽을 만한 책이 아닙니다. ( 뭐 철학 책이기 때문에 충분히 저자와 같이 생각을 하면서 독서를 진행 시켜야 겠지요 ) 다시 말해서 하루, 이틀만에 다 읽을 책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잡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입니다. ㅜㅜ



기억에 남는 구절

철학 책은 읽기는 어렵습니다만, 제대로 읽으면 기억에 남는 구절이 많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도 좀 더 확고해 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기억에 남는 구절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아. 내가 존재하므로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거지, 세계가 존재하고 있어서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세상, 세계는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 세계는 우리와 따로 존재하고 '나'라는 존재는 세상의 부속품일 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또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지요.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세상을 1인칭 관점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즉,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내가 보는 세상' 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 라는 존재가 없다면, '내가 보는 세상' 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수가 있는데요.

I'm OK, I Just Need To Sleep
I'm OK, I Just Need To Sleep by Brian Hathcock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또 다르게 '사유'를 해보면, 남이라는 존재.. 즉,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존재 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 다른 '나'일 뿐이다. 라고 생각 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머리 아프죠? 세상에 '남'은 없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이런식입니다 ㅜㅜ

전쟁부터 코미디까지 한 전파를 타고 흘러 나오게 되면서 사람들은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별하지 못하게 됐어.

평소에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위 구절을 읽고나서부터 뭔가 알듯 말듯한 부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위 구절에 대한 추가적인 생각은 여러분께 맡길께요 ^^

넘쳐나는 정보에는 진실과 거짓이 함께 있지. 그래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어딘가에서 일어난 전쟁 소식을 전하는 신문들을 잘 살펴봐. 어떤 신문에서는 전쟁을 하는 나라 중 A 가 옳다 하고, 다른 신문에서는 B가 옳다는 경우가 잇어 만약 자기가 보는 신문이 말하는 대로 삼키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님이 코끼리 코만 만지고 코끼리는 아주 길다란 동물이라고 말하는 격이 되겠지. 진실일지 거짓일지 꼼꼼히 살피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해.

미디어에 이어서 위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게이트키핑'이라는 용어도 생각나고, 하여간 그런 것들이 '사유하기'를 통해서 모두 알 수 있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그게 꿈이라고 생각 못 하지. 눈을 뜨고 나서야 '아, 꿈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돼

우리가 사는 삶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모두 꿈일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집니다. '구운몽' 같은 내용이네요.. 이 구절만 잘라놓고 보니 이상하네..

뭐 때문에 사는지 사유하지도 않고 어쨌든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수명을 늘이기 위한 생명 기술만 엄청나게 발전시키고 있지. 장기 이식이나 인간 복제, 훨씬 더 이상한 기술도 계속해서 나올 거야.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바람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살고 싶어하는지를 사유한다고는 말하기 힘들어. 만약 그것이 정신을 가난하게 하는 쾌락이나 욕망을 위해 살고 싶어하는 거라면 그런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엇을 위해 사느냐~. 이 말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아직 제가 뭘 위해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바는 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나중에 깨달음을 얻게 되었을 때, 지금 생각하는 것은 거짓이고 진실된 무엇인가가 있을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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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책을 읽는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고, 정말 생각할게 많은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비록 제목은 '열네살의 철학' 이지만 생각하기를 즐기시는 성인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ps. 아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물음표가 가장 많았던 책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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