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

 
  꿈이란 무엇일까?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묻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되고 싶은것,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한다.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은 "대통령", "경찰관", "과학자" 등등 천진한 얼굴을 하고 대답한다. 같은 질문을 어른들에게 물어본다. "공무원", "대기업 직원" 같은 현실적인 대답을 한다.

 왜 그럴까? 왜 우리는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릴까? 지금 앉아 있는 곳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할까?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 양치기 산티아고


《연금술사》의 주인공은 양치기 산티아고다. 그는 열여섯살때까지 신학교를 다닌 예비 신부님이었다. 그의 부모는 그가 신부가 되어 보잘것없는 시골 집안의 자랑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산티아고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신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양치기가 되어 세상을 떠돌게 되었다.

 양치기 생활을 하는 도중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가 나오는 꿈을 자꾸 꾸게 되고, 한 마을의 점쟁이 노인에게 해몽을 듣게 된다. 자신이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가게 된다는 해몽이다. 얼마후 산티아고는 자신을 살렘의 왕이라고 하는 노인과 만나게 된다. 그 노인은 신기하게도 산티아고의 모든 것, 그리고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다.

 노인과 이야기를 한 산티아고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게 된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 양치기가 된 산티아고,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의 양들을 돌보느라 꿈을 잃어버리고 산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들을 처분하고 아프리카를 향해 떠난다.

 처음 발을 디딘 아프리카의 도시, 탕헤르에서 산티아고는 자신의 전재산을 도둑맞는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산티아고가 일하기 전에 그 곳은 파리 날리는 허름한 가게였지만 그가 일하고 나서부터 장사가 잘 되기 시작하고, 가게가 번창하며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1년 정도 크리스탈 가게에서 일하고 산티아고는 고향으로 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크리스탈 가게 주인에게서 양치기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슬람 교도인 가게 주인은 평생 꿈이었던 "메카로의 순례"를 꿈으로만 간직한, 지켜야 할게 많은 사람이었다. 크리스탈 가게 주인의 모습을 본 산티아고는 마음을 고쳐먹고 이집트로 향하는 대상 행렬에 참가하게 된다.

 이집트로 가려면 사하라 사막을 건너야 한다. 대상 행렬은 이집트로 가는 중 오아시스에 들르게 된다. 그 곳에서 파티마라고 하는 사막의 여인을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고향에 부는 바람인 레반터에 파티마의 향기가 흘러와 자신을 이곳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집트를 향해 가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파티마와 오아시스에서 살고자 하는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사막의 여인, 기다림을 아는 여인이었기에 산티아고를 잡지 않았다. 또 그 오아시스에서 연금술사를 만나 이집트를 향해, 아니 자신의 꿈, 자아의 신화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연금술사와 함께 이집트로 향한 산티아고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리고 이집트에 도달하고, 보물이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끝난다.





▶ 삶에 대한 철학


 《연금술사》에는 좋은 문장, 생각해볼 만한 문장이 참 많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다른 책에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어서 "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래?" 라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이 포스트를 쓰면서도 인용하고 싶은, 추후에 인생에 대한 책을 쓸 때 인용해보고 싶은 구절이 있어 소개해 보겠다.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노인의 이야기는 젊은 양치기에게 그리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무언지 알고 싶었다. 가게 주인의 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놀라워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연금술사》中  46 ~ 47 페이지 -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는 꿈과 어른들에게 물어보는 꿈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른들도 한 떄는 초등학생이었을 것이고, 약간은 허무맹랑할 수 있는 꿈을 꾸었을 텐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바꾸었을까? '알 수 없는 어떤 힘' 이라는게 우리에게서 꿈을 빼앗아 가는 것일까?

《연금술사》를 통틀어 가장 멋지고, "이 문장 하나만 기억해도 이 책을 읽은 가치가 있다"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는 문장이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연금술사》 中 48 페이지 -

'알 수 없는 힘'은 우리에게서 꿈을 빼앗아 가는게 아니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빼앗아가는게 아닐까? 이 '알 수 없는 힘'은 어디서 작용하는 걸까? 외부적인 요인? 아니다.

 이 바람에는 미지의 것들과 황금과 모험, 그리고 피라미드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꿈과 땀냄새가 배어 있었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 《연금술사》中 56 페이지 -

'알 수 없는 힘'은 나 자신이다. 그 누구도 내가 꿈을 향해 나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현재 상황이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은 것이다. 나 자신이 문제이기 때문에 꿈을 향한 길을 떠나지 못 하는 것이고, 나 자신이 두렵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 낸다. 사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중요한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중요한 건데 말이다. 해야 할 이유가 한가지라도 있다면 충분한것인데,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 현자와 기름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배치기의 《어른병》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 "지키고 싶은게 많아서 나 너무 약해져 내 모습 가여워 아주 안락한 늪에 빠져 난 나오기를 겁내" 가 있다. 꿈을 향해 떠나는 것이 낭만적이고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을 무시 할 수 없다. 결국 그 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를 길더라도 읽어 보길 바란다.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택에는 젊은이가 찾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현자의 저택,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잇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뎄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 《연금술사》中 60 ~ 61 페이지

결국 극단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과 극단적으로 꿈을 향해 나가는 것, 둘다 옳은 것이 아니고 그 중간에서 밸런스를 맞추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밸런스의 위치는 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의 꿈에 달렸을 것이다.




▶ 소중한 멘토, 살렘의 왕과 연금술사


이 책에서 주인공 산티아고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바로 살렘의 왕과 연금술사이다. 살렘의 왕은 양치기로 안주하고 사는 산티아고에게 자아의 신화에 대해 알려주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고,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더욱 더 도약한 생각, 그리고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런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이다. 요즘 친숙한 단어로 멘토라고 할 것이다. 나 역시 소중한 멘토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연금술사와 같은, 살렘의 왕과 같은 멘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면...




《연금술사》라는 책은 읽고 나서 깔끔하기 보단 의문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 "과연 무슨 뜻일까?" 라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양치기 시절 좋아했던 상점주인의 딸은 무슨 의미이며, 중간 중간 산티아고의 재산을 훔쳐가는 도둑과 강도들은 무슨 뜻일지... 아직 독서의 내공이 부족해서 모두 파악하긴 힘들다.

아마 삼국지가 그랬듯이 《연금술사》도 옆에 두고 여러번 읽게 될 책인것 같다. 인생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바뀔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줄, 오아시스에서 만난 연금술사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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