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글, 그림 - 눈으로보는 시



만화책 좋아하시나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린아이들도 만화책은 잘 봅니다. 한장한장 종이가 아까운지 빽빽하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큼직큼직한 사진에 얼마 없는 글들. 부담없이 보기에 만화책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만화책이 말하는 내용이 '원피스'를 찾으러 가는 꿈꾸는 해적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소소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면,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이 되겠지요. 《파페포포 메모리즈》라는 책은 그런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입니다.





만화책을 보면 종류가 여러가지가 있지요. 교과서를 만화형식으로 풀어 놓은 학습만화가 있겠고, 글로 쓰여진 소설의 줄거리를 만화로 그려놓은 종류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소설처럼 줄거리는 없습니다. 시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번 곱씹어도 모두 다른 맛이 나는 시와 같은 분위기...

저는 시를 많이 읽지 않습니다만 '시적표현'이라고 할까요? 함축적인 표현, 여러번 생각 할 수록,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만화이죠.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내심.....'
언제나 속마음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기대하면서도 후회하고......
배려라는 테두리로 속마음을 너무 감추는 것은 아닐까?

'내심'... 내심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일 수록 주변에서 상처를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밖으로 내보이는 생각과 안으로 하는 생각 사이에 차이가 많을 수록 현실이 힘들어 질 것입니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한다면, 나의 속마음을 타인에게 노출시키지 않고 안으로만 지킨다면,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썪어버릴 것입니다. 거기서 발생한 독이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겠지요.







세계적인 가수 스티비 원더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맹인가수인 스티비 원더는 그 동안 미루다가 개안 수술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신경이 너무 파괴되어 개안 수술을 받더라도 15분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단 15분이지만 스티비 원더는 수술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15분이라도 볼 수 있다면 바랄게 없다면서....


여러분은 앞으로 평생 15분동안만 볼 수 있는 불행이 닥친다면, 누구를 보고 싶으신가요?








돌을 사랑한 석공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석공은 돌을 자신의 생명처럼 생각하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라보며 온몸으로 보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돌의 한쪽이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거슬려 했다.

참다 못해 그는 정을 가지고 다듬어 버렸다.
난... 석공이니까

다음날... 돌을 보니 반대쪽이 이상하게보여

또 다시 정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부분이 깎여 나갔고 그러려고 그런것이 아니었는데,

결국 ...
자신의 얼굴과 같아져 버렸다.

석공은...
가슴 깊이 후회했지만

원래 사랑했던 처음 그대로의 모습은 조각조각 버려졌고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자기 모습과 똑같은 돌덩이만 남아 있었다.



진짜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상대를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려 한다면, 결국 나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처음 사랑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시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수필같기도 한... 형식은 만화책인 멋진 책입니다.
책을 다 읽고 뒷면을 보니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아픔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나봅니다. 그런 아픔을 겪은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 《파페포포 메모리즈》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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